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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의 학생들이 피에니 섬에 여행을 오게 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날의 저녁 즈음, 귀가 찢어질 듯 기분 나쁜 방송이 섬 전체에 울려퍼졌습니다. 전원 안내사항이 있으니 공원으로 모이라는 코튼솜의 일방적인 안내와 함께 스피커는 꺼졌지만, 기분이 나빴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코튼솜의 안내에 따라 공원으로 모였습니다. 공원에 있는 코튼솜 동상 앞에 의기양양하게 서있는 코튼솜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코튼솜은 학생들의 숫자를 세는 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마이크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고 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코튼솜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습니다.
코튼솜의 연설
- 너희들! 그동안 평화로운 예정대로의 합숙은 잘 즐긴 거야 솜?
- 그런데, 뭔가 부족한 것 같지 않냐 솜?
- 피에니 섬에 오고나서 아직 제대로 된 환영식도 하지 않았잖아 솜!
- 그런 의미로~ 준비했다 솜!
- 희망의 상징, 키보가미네 학생들! 단체 살육여행을 시작합니다 솜!
- 초고교급들이 서로 사이 좋게 지내고만 있는 건 지루하잖아 솜?
- 사이 좋게 일주일 동안 여행을 즐기고 끝! 이라니 터무니없게 지루하다 솜!
- 그래서 모~두, 피에니 섬에 갇혀서 공동생활을 해줘야겠다 솜! 기간은 당연히 평생!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서로 죽고 죽이고 죽이는 거다 솜!
- 구살 척살 박살 참살 소살 압살 교살 주살……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다 솜!
- 친구를 죽이기만 하면 바로 나갈 수 있는 간단한 교칙인 거다 솜!
- 덧붙여, 진정한 단체 여행의 시작이니 교칙도 추가하겠다 솜!
코튼솜이 터무니없는 안내를 마치자, 학생들 사이에서 초고교급 마술사 아라이가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는 코튼솜을 두 손으로 들어올렸고 코튼솜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비꼬았습니다. 이후 아라이가 손으로 코튼솜을 짓눌렀고, 코튼솜이 '건방진 학생에게 벌을 주겠다'고 말하자 이내 어딘가에서 수많은 검은 창들이 아라이를 향해 쏟아졌습니다. 창을 맞은 아라이의 종아리에는 크게 베인 상처가 생겼고, 다친 아라이의 앞에 누군가 다가왔습니다.
그는 다름아닌 초고교급 보건위원 시즈카였습니다. 보건위원의 재능을 가진 그가 부상을 입은 아라이를 치료하려 난입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화를 내는 코튼솜을 힐끗 바라보고는 자신이 입고 있는 가운을 아라이의 다리에 묶어 지혈했습니다. 지혈을 마친 시즈카는 코튼솜의 말에 반박했고, 코튼솜은 그런 시즈카에게 '무언가 달라질 줄 아냐'고 말했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라이에게 쏟아졌던 창이 시즈카에게로 떨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시즈카는 팔에 관통상을 입었고, 코튼솜은 부상을 입은 둘을 내버려두고 돌아갔습니다. 불안, 당황, 초조... 각자의 감정을 지닌 초고교급들을 뒤로 하고, 여행 7일째의 막이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이상으로,
부디 희망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