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格

흥미주의 | 자기합리화 | 발랄한 | 단순한

 

ㅡ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네에, 잘 들리죠?! 안녕! 오늘도 나나예요! 흠흠, 물론 세븐이라고 불러줘도 좋아요! 자아, 오늘 터뜨릴 건물은... ... 짜자안, 다들 기대하시던 H 모 기업 본사! 랍니다~ 세상에. 문 앞부터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막고 있지를 않나, 비밀번호가 이중 삼중으로 되어있질 않나... 장난 아니었다구요. 그러니까, 여태껏 터뜨린 건물 중에 꼽자면 TOP 5 안에 들 정도로요! 앗, 흠흠. 서론이 길었네요! 자아, 그럼 나나를 잘~ 지켜봐주세요? ♥

 

펑! 나나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것들이 줄줄 따라붙곤 했다. 예를 들면, 사망자 명단, 부상자 명단, 실종자 명단, 피해 금액, 폭파 동기 같은… … 재미없는 것들! 나나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하지만 그런 건 재미 없어요! 나나는 그런 사람들이 떠들어 대라고 폭탄을 터뜨린 게 아니란 말예요! … 라며 삐죽 튀어나온 입으로 방송을 진행하곤 했다. 나나는 자신은 언제나 본인의 흥미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듯 저명한 범죄심리학자 조차 나나에 대해서라면 질색을 할 정도였다. 뇌 구조가 다르게 생겨먹은 게 틀림 없다나 뭐라나.

 

ㅡ 확실히 해 두겠습니다. 그 애는 치료가 필요해요! 초고교급이라는 이름 하에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두어서는 안 되는 아이라고요! 당국은 신원 불명의 한 아이를 방치해 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그 아이가 무슨 짓을 저지른다 해도 그 애를 맘껏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이건 우리 사회의 문제란 말입니다!

 

... 라는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의 소신 발언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나나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나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둘째, 괜히 있어보이는 말 따위를 하기 위해 나나를 끌어다 쓰지 말아 줘요! ㅡ ... 하고. 실제로 그 의사는 다른 대중에게도 전부터 허세에 찬 소리만 늘어놓는다는 비판을 듣던 사람이 맞았고, 이런 곳에서 나나의 예리함 비슷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나나의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헛소리 취급을 받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마냥 거짓이라기에도 미묘한 것이 누가 뭐래도 나나에게 나나 자신은 멋진 영웅이었다. 제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나나를 욕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실실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 나나였다. 나나는 단지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누군가 독심술을 쓰는 게 아닌 이상 나나의 속마음은 본인만이 알 수 있었으니.

 

ㅡ …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미친 테러리스트가 무슨 뜻이 있어서 건물을 그렇게 폭죽 터뜨리듯 터뜨리는 게 맞냐는 소리입니다. 뭐, 정치적인 목적? 참 나원, 그 나나인지 뭔지 하는 녀석 때문에 발생한 사상자가 벌써 셀 수도 없이 늘어나고 있단 말입니다! 예, 그러니까 제 말은 그 사람은 그런 복잡한 생각은 못 할 만큼 뇌가 순수해 보인다는 겁니다. 내 말이 틀립니까?

 

아마 나나의 머릿 속 회로를 들여다 본다면 분명 한 길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나의 생각들은 지극히도 단순했고 1차원 적이었다. 정말, 정말 애써 좋게 말해보자면 그냥 판단력이 좋고 고민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 누가 봐도 나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나나는 단지 단순하고 멍청했다. 기본적인 상식은 있었지만 그 상식을 응용하지 못했고, 무언가를 깜빡깜빡 잊는 일도 잦았다. 그런 나나가 어떻게 그 삼엄한 보안 시스템들을 뚫고 테러를 가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