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주의 : 주변인의 타살, 살인, 자살 소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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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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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라카와 나기사의 단 하나뿐인 친언니, 히라카와 키세츠는 분명히 죽었다. 나기사의 눈 앞에서. 세간에 알려진 사실은 불시에 일어난 교통사고였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키세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유는 죄책감, 다른 의미로는 키세츠 나름의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서. ... ... 라고, 적어도 나기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2.

키세츠와 나기사는 겨우 두 살 차이의 자매였지만, 꽤나 다른 삶을 살아왔다. 키세츠는 아주 어릴 적부터 모든 것에 재능을 보여 왔던 것에 반해, 나기사는 무엇이든 평범했으니 말이다. 우수한 첫째를 본 가문의 사람들이 둘째에게 기대를 걸지 않을 리가 없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나기사에게 크게 실망한 가문은 나기사를 있어도 없는 아이로 대하곤 했다. 나기사는 언제나 휘양찬란하고 반짝이는 제 방 안에서만 지냈다. 그렇기에 세간의 사람들은 히라카와의 성을 단 둘째딸의 존재조차 잘 몰랐던 것이다.

 

3.

그에 반해 키세츠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어릴 적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문가의 후계자로써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키세츠는 뛰어난 재능으로 가문이 원하는 것을 모두 완벽하게 해냈다. 지루하고 당연한 예절 교육과 같은 것 부터 속물들 뿐인 사교회 따위에 나가 타인을 견제하는 것 까지도 말이다. 그런 자리에는 짜증나는 이들 뿐이었고 키세츠는 그런 상황에 진절머리가 나곤 했지만 키세츠는 그것을 내색하는 대신에 빙빙 돌려 남의 신경을 긁는 법을 배웠다. 키세츠의 그 사납고 까칠한 , 한 마디로 말해 싸가지 없는 성격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4.

그럼에도 나기사와 키세츠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무척이나 좋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의사 소통도 제대로 못 하던 어릴 적부터 키세츠가 죽기 직전까지도. 늘상 날을 세우고 지내던 키세츠는 나기사의 앞에서는 다정한 언니가 되었고, 나기사는 그런 키세츠를 매우 따르고 좋아했다. 그런 우애 깊은 나기사와 키세츠의 문제점은, 서로의 속마음을 전혀 몰랐다는 것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5.

나기사는 키세츠에게 알게 모르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주 어릴 적부터 받아온 차별이었고 경멸이었다. 나기사는 솔직히 정말 가끔은 키세츠가 없었다면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뭐가 어찌 되었든 키세츠는 자신에게 잘 해 주었고, 나기사 또한 키세츠를 좋아하고 있었고, 키세츠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으니 말이다. 그런 키세츠에 대해 이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죄를 짓는 기분이여서, 나기사는 금새 생각을 떨쳐내 버렸다.

 

6.

헌데, 키세츠 역시도 나기사를 질투하곤 했다. 질투? 이 감정을 질투라고 정의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키세츠는 사실 가문이니 후계자니 하는 것들에 한참 전에 질려 있었다. 가문의 어른들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양 미소짓는 꼭두각시 인형 행세라면 이제 지긋지긋했으나 그런 것을 하소연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없었다. 굳이 있다고 하면 나기사가 유일했지만 키세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기사에게 상속자 같은 건 하고싶지도 않다느니 하는 말을 꺼내는 것은 잔인한 처사라는 것을.

 

7.

그런 나기사와 키세츠의 속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사이좋은 자매였다. 실제로도 서로를 아끼기도 하였지만 둘 중 그 누구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다는 것은 둘을 파멸로 이끌었다. 언제나와 같은 날들이 지속되던 와중, 키세츠는 돌연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되고 말았다. 오해나 실수가 아니었다.

 

8.

큰 이유는 없었다. 키세츠와 아버지ㅡ히라카와 준ㅡ 사이에 큰 다툼이 있었고, 그날따라 둘 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으며 제 분을 삭히지 못한 아버지가 먼저 흉기로 위협하자 키세츠가 가지고 있던 호신무기로 대응하는 와중에 생긴 사고였다. 키세츠는 숨길 생각도 없이 곧바로 자수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숨기는 것에 동조했었던 것 같다. ... 고 나기사는 생각했다.

 

9.

그 소식을 들은 나기사는 처음에는 적잖게 놀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애시당초 정당방위였으며 아버지는 자신에게는 그저 무관심으로 일관하였지만 키세츠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기대라는 이름의 압박감과 부담감을 주었다. 어디 그 뿐이었는가? 키세츠가 백 가지 중에 아흔 아홉개를 완벽히 해내더라도 한 가지의 실수에 목을 메는 것이 아버지라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벌이랍시고 준 것은 폭력이라는 것,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이었다. 집안의 그 누구도 나기사에겐 말해주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자신을 만나러 오는 키세츠의 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는 것을 보면 그 누구라도 눈치챘을것이다.

 

10.

사건은 그렇게 무마되는 듯 했다. 허나 어머니가, 더 크게는 가문에 오점을 남기기 싫어했던 가문의 일원들이 간과한 것은 키세츠가 생각보다 마음이 여린 아이라는 것이었다. 하긴, 나기사도 몰랐던 사실을 그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마냥 냉혈한에 싸가지 없는 꼭두각시 상속자 꼬맹이. 그게 가문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키세츠였으니까. 하지만 키세츠는 그 일이 일어난 후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11.

나기사.

저기, 언니. 거긴 위험하니까 내려오는 편이... ....

나기사.

...응?

너는 언제나 편해 보이더라, 난 아니었는데.

....

저기, 마지막 투정이니까 한 번만 용서해 줘.

그런 말 하지 말고, 얼른 내려와. ...제발!

있지, 나기사. 나는... 너를 증오해. ... ...너는 ... ... 으면 좋겠어, 안녕.

 

12.

...왜? 나기사는 키세츠가 자신을 증오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내가 언니를 증오했다면 증오했지만, 언니는 도대체 왜. ... 하고 생각했으나, 사실 나기사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이유를 깨닫고 있었다. 키세츠는 언제나 바쁜 사람, 중요한 사람, 쓸모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누구보다 그것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키세츠에게 나기사가 한심하다고, 어쩌면 부럽다거나 증오한다거나 측은하다거나 하는 감정들을 가진다 해도 할 말은 없었다. ... 사실 나기사는 키세츠의 마지막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부정적인 말일 것이 뻔했으니까.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던 언니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그런 것이라고 확인사살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13.

키세츠가 죽고 난 후, 나기사는 몇 달을 침울하게 살았다. 죽기 직전까지만 먹고, 그 마저도 반 이상을 토해내고, 방 밖에서 나가지 않았다. 키세츠가 죽은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가문의 사람들은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졌다는 듯 유일한 상속자 감인 나기사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기사는 그런 그들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을 보지도 않았고. 만약 생전 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구는 그들을 보면 역겨워서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14.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것은 나기사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기사는 이제 침울해하는 대신 자신을 증오한다던 언니에게 제가 사죄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그들의 꼭두각시인 척, 아무 생각 없이 따르는 척 하며 언젠가는 히라카와를 집어삼키고, 함께 멸하는 것. ... ... 제가 생각하고도 헛웃음이 나왔다. 언니도 해내지 못한 것을 자신이 이룰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나기사는 방 밖에서 나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예절 교육이니 사교회니 하는 것들을 다니기 시작했다.

 

2. 나기사가 알지 못하는 것

 

여기까지가 히라카와 나기사가 알고 있는 것, 그렇다면 나기사가 알지 못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모든 일이 벌어진 후 자신의 상태. 두 번째는 키세츠가 나기사를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

 

1.

나기사는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스트레스성 두통이 생겼다. ... ... 고 생각했으나,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기사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침울하게 지내던 몇 달간 누구도, 본인조차 모르게 찾아온 것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 다른 말로는 이중인격이었다.

 

2.

나기사에게 생긴 다른 인격은 자신의 죽은 언니, 키세츠를 모방한 인격이다. 하지만 그 인격은 단지 나기사가 알고 있던 키세츠였을 뿐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격이나 말투 등은 키세츠를 그 누구보다ㅡ완벽히는 아니었지만ㅡ잘 알고 있던 나기사였던 만큼 똑같았으나, 나기사를 대하는 태도라던가 마인드에는 꽤나 차이가 있었다.

 

3.

진짜 키세츠는 나기사를 증오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키세츠가 마지막에 남긴 그 말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는 것. 키세츠가 나기사에게 묘한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세츠는 나기사에게 자신의 짐을 떠맡기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제 일을 해낼 만큼이나 나기사를 아꼈다. 단지 키세츠는 당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이나 궁지에 몰린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내뱉은 말은 그저 키세츠가 유일하게 믿고 있던 사람인 나기사를 평소처럼 침착히 대응하지 못할 만큼이나 피폐해져 있었다는 뜻이었다.

 

4.

무엇보다, 나기사가 제대로 듣지 못한 키세츠의 "진짜" 마지막 말이 가장 큰 근거였다. 그 말을 제대로 들었더라면 아마 죄책감을 평생 지고 살던 나기사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키세츠의 마지막 말은ㅡ

 

5.

있지, 나기사. 나는 널 증오해. ... 그래도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 안녕.

 

6.

키세츠는 그만큼이나 나기사를 아꼈으나, 나기사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기에 나기사가 알고 있는 키세츠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다른 인격인 키세츠는 나기사를 경멸하고 있었다. 다만 그 탓에 언제나 나기사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문간의 사교회라던가, 나기사가 불편한 상황 등에는 키세츠가 되려 도움을 주기도 했다. 키세츠의 인격은 단지 나기사가 아는 모습일 뿐이었으니, 아마 나기사는 키세츠가 자신을 완전히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일말의 희망일지라도, 나기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7.

나기사는 키세츠의 인격이 무엇을 하였는지 알 수 없고, 단지 잠깐의 두통 후에 기억이 끊기는 것뿐이었기에 키세츠의 존재는 전혀 모르고 있으나, 키세츠의 인격은 나기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 키세츠는 이 살인 게임에서도 나기사를 도울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 그리고 나기사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최후를 맞이한다면, 키세츠는 어떻게 될까?

 

3. 목소리/테마곡 참고

 

3-1

Yorushika - Fireworks of shoes - https://youtu.be/BCt9lS_Uv_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