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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마술사
★★★★
작년 초여름, 도쿄의 신주쿠에선 이른 나츠마츠리(여름축제)가 열렸었다. 나츠마츠리 답게 북을 두드리고, 야시장이 열리고,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마츠리의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츠마츠리에선 분위기를 띄워줄 특별 무대같은 것이 열렸었는데, 무대 위로는 다양한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시작하기 직전 올라온 이가 바로 지금의 아라이였다. 첫 시작부터 큰 목소리로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거나 기합을 주는 사람들과 달리 아라이는 목소리를 일절 내지 않았고, 무대진행자의 '특별초청 마술사'라는 가벼운 소개 이후 마츠리의 분위기에 맞춰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마술들을 하나 둘 씩 펼쳐보였다. 사람들은 처음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어수선하게 행동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선보이는 마술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17살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아라이는 고난이도의 마술까지 쉽게 해냈고, 사람들은 그가 마술을 하나씩 선사할 때마다 환호성했다. 그리고 마술의 마지막에는 그의 모자 안쪽에서 꽃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나츠마츠리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시작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신주쿠의 나츠마츠리를 시작으로, 언론에는 그의 이름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말없는 마술사, 기쁨을 선사하는 마술사, 등등. 무명의 마술사였던 그에게 여러가지 칭호가 붙기 시작했고, 당연하지만 유명한 마술협회에서 그에게 공식으로 찾아올만큼 그는 어느정도의 사람들이 알아주게 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두번째 마술쇼로, 마술협회에서 아라이를 위해 단독으로 추진한 무대 위에서 아라이는 모든 마술을 무사히 끝낸 뒤 '자신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이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에 관객들과 사람들은 크게 놀랐으나, 그만큼 그의 노력과 재능을 높게 사기 시작했다. 그는 또다시 크게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으며 '목소리 없는 마술사'라는 별명이 붙어 국내에선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만큼 이슈가 되었다. 그 이후로도 그는 체력만 받쳐준다면 1~2개월을 텀으로 꾸준히 무대 위에 올라 새로운 마술들을 선사했기 때문에, 18살이 된 아라이의 앞으로 초고교급 마술사의 타이틀이 붙게되는 것은 모두에게 아주 당연한 일이 되었다.
너는 누군가의 행복을
손에 쥐고 있어.
초고교급? 절망絶望 ★★★★
아라타 아이
荒田 愛 / Alata Ai
나이 / 키 / 체중 / 신발 / 머리색 / 국적 / 혈액형 / 생일
18세 / 176cm / 58.2kg / 워커 / 금발 / 일본 / RH+O / 7월 8일생
Personality
소시오패스?
그는 후천적 소시오패스였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라고도 하는 이것은, 유년기 시절 부모님의 학대와 부모님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한 충격이 한 데 섞이면서 일어났다. 트라우마가 막 생겨났을 때엔 소시오패스까지 가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도 결정적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하지 못했기에 정신세계가 일그러지면서 생겨난 병이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정확하게 진단받은 적은 없기에, 아라타 아이는 자기 자신이 소시오패스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나 어느 정신병원에 가게된들 그를 진단하는 의사는 반드시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을 내놓을 것이 확실했다. 그는 실제로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다만 소시오패스 중에서도 그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는데, 뒤늦게 병에 걸린만큼 그는 일반적인 소시오패스와는 다른 면도 조금씩 보여주곤 했다. 소시오패스의 특징 중 하나인 감정 결여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복을 쥐고 있었으니까, 평상시에 큰 이상이 생기지 않는 이상 평화로운 모습이었고 행복해보이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배려 또한 자신의 행복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만 챙겨주는 편이었으니, 아마도 그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개인주의를 펼치고 있다고 보아도 무관할 것 같다.
포커페이스
어렸을 적, 부모님의 의견에 따르는 척 하며 감정을 속여야했던 적이 많았다. 그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릴 적 부터 포커페이스가 쉬워졌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Feature
※주의 : 가정폭력, 사이비, 살인 소재가 있습니다.
1. 과거사
그의 부모님은 삶에 지친 사람들이었다. 부유한 사업가였고 인지도있는 CEO였으나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사업을 이어갈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었다. 결혼자체도 비즈니스를 통해 만났지만, 같은 처지란 걸 알고 난 뒤엔 서로를 향한 동정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집안의 압박이 있으니 두 사람은 아이 한 명을 낳았고, 그들의 아이가 자신들에게 행복을, 사랑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이름을 아이(愛)로 지었으며, 세상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그들에겐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아들이 있다. 그 정도의 입소문만 태우고, 친인척들에게만 눈도장을 찍어둔 뒤 아라타 아이를 꽁꽁 숨겼다. 부모님은 아라타 아이를 평범하게 키우고 싶었다. 자신들과는 다르게.
하지만 두 사람이 그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베풀어줄 순 없었다. 애초에 올바른 사랑이 어떤 형태인지도 알지 못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받기 위해서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것이었다. 아이가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느끼면, 사랑을 해준다면. 분명 그들도 행복해지겠지. 때문에 아라타 아이는 부모님의 손 안에 가둬져서 커야했으며, 학교를 다니는 것 이외엔 바깥으로의 외출이 일절 금지되었다. 아라타 아이는 집안에 갇혀서 지내야하는 생활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으며 그런 아라타 아이의 태도에 부모님은 지쳐갔다.
그리고 아라타 아이가 7살이 된 해에 부모님은 사이비 종교를 믿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던 부모님은 사이비의 광신도가 되었으며 곧 아라타 아이에게까지 사이비 종교를 믿을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반항했고, 부모님은 결국 그런 그에게 화가 나 어두운 방 안에 가두고 사이비 종교가 약간씩 개조한 성경을 일주일동안 베껴쓰게 하거나 자신들의 말을 제대로 들을 때까지 물 한모금 주지 않는 체벌을 했다. 아라타 아이는 어린 나이였으니 결국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척을 했다.
그 상태로 시간이 점점 흘러 13살의 생일 하루 전 날. 실수로 부모님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던 날이라 평소의 체벌 방식대로 지하실의 어두운 방에 갇혀 성경을 개조한 것을 베껴쓰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비명을 지르는 소리,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가둬져있는 방문 앞으로 무언가가 굴러 떨어져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 앞에서 그것을 엿듣고 있었던 아라타 아이는 문을 열리자 거의 죽어가는 어머니를 봤다. 죽어가는 어머니는 개미목소리로 살려달라며 울고 있었고, 아라타 아이는 직감한 듯 어머니를 버리고 방 안의 옷장 안에 숨었다.
옷장 틈새의 시야로 본 것은, 전혀 모르는 남자 한 명이 계단을 내려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이는 모습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라타 아이는 들키지 않기 위해 가까스로 비명을 참았다. 여기서 소리를 내면 죽을테니까, 목소리를 내면 안된다. 남자가 사라지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아라타 아이는 옷장 밖으로 나오질 못해서, 꼬박 하루가 지난 뒤 가정부의 신고로 달려온 경찰들에게 이끌려 옷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옷장 밖으로 나온 아라타 아이는 실어증에 걸린 상태였다. 목소리를 내면 죽는다, 소리를 내면 어제의 그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죽일 것 같아서 무서웠다. 실어증에 걸릴만큼 쇼크가 심했던 아라타 아이는 경찰들이 쉽게 풀어주었고, 아라타 아이는 부모님 없이 혼자서 살아가게 되었다. 13살, 어린 나이였으나 인심이 좋았던 한 친척이 아라타 아이를 많이 챙겨주어 점점 괜찮아졌다. 아라타 아이는 이미 한참 늦었지만 친척으로부터 평범한 부모님은 이런 느낌이고, 그 친척의 아들인 형으로부터 그런 부모에게서 사랑받으며 큰 아이는 이렇게 큰다는 걸 배웠다. 또한 우연히 친척 형과 함께 가게된 마술쇼에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웃으며 환호성을 외치는 것을 보고 꿈을 마술사로 정하게 되었다. 뒤늦게 알게 된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직업을 고른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는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아마도 그 때까지는,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한 이유가 컸다. 하지만 주변에선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수화와 필담으로 생활했고, 좋아하는 마술을 배우며 행복하게 지냈다. 그렇게 어느정도 마술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자신을 마술사라고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을만한 실력이 쌓인 16살 때, 그는 우연히 놀이터에서 학대를 당하다가 도망쳐나온 어린 초등학생을 만났다. 그는 그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겁먹은 아이에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마술사고, 우울해보여서 웃게 해주고 싶어 왔다고 하자 아이는 쉽게 그를 따라갔다.
아라타는 자신이 혼자 지내는 집으로 아이를 데려와 오랜 시간 함께 놀았다. 그리고 숨바꼭질을 하자던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라타가 술래가 되고 아이가 숨는 쪽이 되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아이는 지하실의 옷장 안에 숨어들었다. 아라타는 한참 집을 뒤지다가, 열려있는 지하실의 문을 보고 점점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짧은 계단을 내려온 아라타는 아주 작게 열려있는 옷장을 봤다. 정확히 어머니가 죽었던 위치에 서서 옷장을 보고있던 아라타 아이는 지난 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옷장 안에 숨어있던 자신이 떠오른 아라타 아이는, 이제 과거를 떨쳐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약한 자신을 지워버리자, 지금에서야 겨우 붙잡은 행복을 놓칠 수 없다. 아라타 아이는 지하실 위로 올라가 절단용 마술에서 쓰는 큰 톱을 가져왔다. 옷장을 열어볼 자신은 없었다. 그 안에 과거의 자신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공황상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톱을 가져온 아라타 아이는 그대로 옷장 틈새로 톱을 밀어넣어 옷장 안의 소년을 죽였다. 간단하게 절단 마술이라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아라타 아이는 그대로 몇 번이고 힘을 주어 톱을 밀어넣고 옷장 안의 아이를 토막냈다. 그리고 한참 뒤 옷장 문을 열고 나타난 토막난 시체를 보면서 처음으로 흡족함을 느꼈다. 개운해졌다. 트라우마 자체를 씻어낸 듯이 가벼운 몸이 됐다. 본인 스스로는 '트라우마를 이겨냈다'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사실 아라타 아이가 소시오패스가 된 순간이었다. 유년기 시절의 학대, 트라우마의 충격과 기억이 섞였고, 그것을 이겨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타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잘못된 일이란 것을 인지했지만 결론적으로 자신이 행복해졌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목소리, 옷장 안에 숨어있던 순간을 떠올려도 괴롭지 않은 심장. 그는 드디어 행복해졌다.
아라타 아이는 시체를 근처 산에 묻었다. 몇 주가 지나 토막난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시체를 묻은 살인마를 찾기 위해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던 도중 아라타 아이와 어린 아이가 만났던 놀이터에서, 동영상 촬영 상태였던 휴대폰이 발견되었다. 땅에 떨어져 있었던 휴대폰이기에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정색이었으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자신을 마술사라고 소개하는 목소리, 경찰들은 그 목소리로 범인을 잡아내려 했으나 잡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아라타 아이는 아직 유명한 마술사가 아니었고, 그 아이 앞이 아닌 곳에선 말을 꺼내지 않았기에 모두가 실어증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타 아이는 TV의 뉴스에서 틀어주는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입을 다물고 생활했다. 내 목소리가 녹음되었다면, 내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으면 되지. 이건 실어증이었던 그가 함묵증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결국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고, 아라타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1년 뒤인 17살에 '목소리 없는 마술사'로 세상에 뜨기 시작했다. 말을 할 수 없는 마술사라고 하니 더 시선이 몰렸고, 아라타 아이는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이들을 향해 멋진 마술을 펼쳐보였다. 트라우마도 이겨냈고, 자신은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웃어주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낀 아라타 아이는,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이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아무렇지 않게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는 이미 16살의 그 사건을 통해 반사회성 인격장애(소시오패스)에 접어든지 한참이 지났으니까.
2. 수많은 행복의 형태들 중에서 굳이 마술을 고른 것은, 특별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트릭이라고는 하지만 보는 쪽에서는 마법과도 같은 것. 부모님이 믿던 사이비 종교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실질적인 믿음의 결과는 조금도 가져와놓지 않아놓고 우위에 서있는 사이비 종교의 모습을 보자니 기가 찼던 기억이 떠올라서, 반대로 그만큼 마술사에겐 꿈을 갖게 되었다. 마법같은 모습이 아닌가, 결과 없이 그저 믿으라고 강요하기만 하는 사이비보단 마술사가 오히려 훨씬 더 멋지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마술사가 선보이는 마술을 보며 웃어주니까, 그는 그 특별함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바로 마술 트릭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어느때보다 열정적으로 배운 결과가 바로 지금. 대외적으로 말하고 다니는 '행복을 위해서 마술사가 됐다.' 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닌 셈이었다.
3. 아라이, 라는 이름은 마술사로써의 예명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라타 아이'라는 이름을 줄였을 때 아라이라는 어감이 구사되는 것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던 것도 마음에 들었던 아라타 아이는 마술사 예명으로 '아라이'라는 이름을 단박에 골라냈다.
인장(두상) 및 전신 @Injung_CM 님 커미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