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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었을 뿐이야,

...난.

타치바나 히로.png

超高校級 

幸運

초고교급의 행운, 수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시기할 법한 화제의 행운아가 바로 타치바나 히로이다. 맘만 먹으면 뭐든 원하는 대로 다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재능이라나? 그가 처음부터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가는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전혀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오는,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

 

시작은 단순했다. 몇 년 전 시골의 낡은 고아원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났을 때, 이미 다 무너진 창고를 헤치고 단신으로 들어가 안에 있던 아이를 살려내었던 것. 그 때 당시에는 친구를 위한 희생 정신이니 뭐니 하며, 지방 뉴스에서만 잠깐 다루고 넘어갔던 작은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도 간혹 비슷한 사건으로 뉴스에 얼굴을 비치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게 전부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그저 요즘 세상이 조금 살 만 하구나 싶다는 인식만 주었을 뿐. 세상을 정말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었다. 한 대학 병원에서 약품 배치를 잘못 했다는 작은 실수로 대폭발이 일어나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던, 지금까지도 종종 언급될 만한 폭발 사건. 수조원의 손해가 났을 만큼 심각했던 일이었으나 살아남은 사람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주인공이 바로, 타치바나 히로였다. 폭발 직전 그와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 전원 생존했다는, 그냥 듣기에도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진실과 그때까지 주욱 있어왔던 자잘한 사건들이 함께 주목받으면서 그가 세상에 알려졌다. 인터뷰를 피하는 바람에 알려진 것은 외모, 이름을 비롯한 간단한 것밖에 없었지만, 절대 죽지 않는 세기의 행운아, ...라는 언급과 함께. 결과적으로 그것은 그가 초고교급의 칭호를 부여받는 것에 이르렀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그는 사실 아주 많이, 정말이지 판이하게 다른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의 초고교급 행운은 타치바나 히로 스스로를 위한 행운이 아니었다. 그의 박애,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즉, 남을 위해서만 쓸모가 있는 재능이라는 말이다. 그 재능을 위해 갖은 사건에 휘말리는 것만 보아도 정말로 본인에게 이롭지는 않았다. 박애주의자인 그가 아니었다면 어딘가에서 그저 묻혀버렸을 재능. 그것이 그의 초고교급 행운이었다.

─── ★★★★

유명세에 비해 그럭저럭 평범한 인상이었기에 그를 척 보고 알아볼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누군지 안다는 것은- 특히 일본인이라면 지극히 높은 확률이었다. 최근까지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 했던 화제의 행운아라면 TV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지나가면서라도 한 번쯤은 들어왔으리라. 물론 일본인이 아니라면 그를 아는 사람이 아마 드문드문 나올 것이다.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었고.

 

그를 보고서 반갑다며 악수를 신청하는 사람도, 친해지려고 애쓰는 사람도, 왠지 모르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정말이지 수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름임은 분명했다. 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시피 했으나, 어쨌든 본인은 사실 제 인지도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초고교급 행운 ★★★★

타치바나 히로

たちばな ひろ / Tachibana Hiro

 나이 / 신장 / 체중 / 신발 / 머리색 / 국적 / 생일 / 혈액형

17 / 174cm / 56kg / 운동화 / 은발 / 일본 / 08·02 / RH+AB

운 / 힘 / 지능 / 민첩 / 관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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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외부광선 - 타치바나 히로(비공개).png

 

性格

고단한 잠은 멀리 있고

나를 찾지 못한 잠은

누구의 호흡으로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있을까

|이은규, 별 이름 작명소

 

Ⅰ.

그처럼 온갖 사건사고에도 멀쩡하게 살아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면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 하는 오만방자한 사람이 될 가능성도 꽤나 높았으리라. 마치 세기의 히어로, 불사신,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사람인 마냥.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로, 오만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던 타치바나 히로는 뭐랄까- 한 마디로, 비교적 소심한 편이었다. 남에게 일부러 모진 말을 하고 상처를 주기에는 조금 상냥해버렸던, 그런데도 그러한 제 상냥함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도 잘 못했던 사람이다. 조용하며 침착하고, 과격한 언행은 드물었으며 남의 눈치를 본다. 그런 주제에 남을 위해 제 몸을 아끼지는 않는다. 이 얼마나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인가. 그가 조금만 더 자신감이 넘치고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면 무언가 많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는 원체 남과 어울리려 들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렇지 않았고, 심지어는 그를 잘 아는, 그와 가까운 사람도 별로 없었다.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친구도 지인도, 가족도 연결고리도 없는 세상에 동떨어진 사람. 친해지기도 힘들고 대하기도 어려운, 그러나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었다.

 

 

Ⅱ.

대체적으로 멍한 사람이었다. 멍하고 어딘가 살짝 느린 반응. 그를 더러 조금 답답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뭔가 생각이 많을 때 타치바나, 하고 한 번 부르면 꼭 그 한 번은 제대로 대답하질 못하였다. 뒤늦게 불렀다는 걸 눈치채고 나면 이미 제 이름이 서너 번은 더 나온 후였다. 이래저래 대화를 시작하기에도, 또 억지로 시작한 대화를 이어나가기에도 힘든 편이라 하였다. 그만큼 고민이 많은 건지 잡념이 많은 건지, 혼자 있을 때의 그는(대부분 혼자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맞는 말이다) 대개 무언가의 생각에 잠겨 있는 일이 잦았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의외로 쉽게 대답해준다. 그러나 그 대답은 또 천차만별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고민이 있을 때도, 안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자잘한 상념을 하고 있을 때도 많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역시 멍하다는 것. 그의 빛 없는 어두운 눈동자는 주로 허공의 어딘가에 의미 없을 시선을 두는 것을 퍽 좋아했다. 그러고서 문득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움찔 놀라서 시선을 피하는 일도 많았다.

 

Ⅲ.

이해하기 힘든 언행이 잦다. 애초부터 또박또박 말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질질 끌기도 하고, 했던 말을 몇 번이나 더 반복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웬걸 이상한 데로 새기도 한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 함께 있다보면 어딘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짙게 드는 경우가 많았다. 말은 않고 상대방의 얼굴만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갑자기 손을 달라고 해서는 그걸 꾹 붙들고 고개를 숙이고 있기도 했다. 상대방은 주로 영문을 모르면서도 받아주거나 이상한 사람이다 생각하여 자리를 뜨거나 둘 중 하나에 속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웬만하면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남의 말은 잘 들어주었다. 친해지긴 어렵지만 굳이 친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잘 들어준다. 조용하고 무뎌서 교류 없이 옆에 두자면 그냥 빈 자리 하나가 채워져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게 하는 편이었다. 하여튼 그래, 그를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있거나 대화하는 것은 드물었으며 사실은 그러기도 참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고.

 

 

Ⅳ.

그는 자존감이 낮다. 자신감도 없고 자아 존중감도 거의 없다시피하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어 피해를 주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점은 그의 매일마다의 행동 속에서 은연 중에 듬뿍 묻어났다. 다치긴 본인이 더 다쳐놓고 남을 더 걱정하는 모습, 자신에 대한 태도는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는 모습, 누군가 저를 걱정해주면 그걸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늘 남의 눈치를 보며 혹여나 저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한다. 그랬기에 말 한 마디를 꺼내는 것조차 노심초사했고, 매번 제 할 말도 다 하지 못하여 끝을 얼버무리거나 말이 툭툭 끊어지기만 하였다. 물론 이는 그의 소심함과 조용함으로 자연스럽게도 이어졌고. 그리하여도 그 정도가 심하게 지나치지는 않았다. 가령 본인을 먼지만도 못한 존재로 여긴다던가, 없는 게 세상에 더 도움이 될 거라던가 하는 극단적임은 없었다. 그는 그저- 스스로가 타인에게 사랑을 받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할 뿐. 그래서인지 자신을 향한 걱정의 손길, 또는 따뜻한 위로나 말에 익숙하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Ⅴ.

박애주의자.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위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 자세한 성격은 평범하다기보다는 약간 비틀린 박애주의, 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남을 위하는 마음은 변함없었으나 그 마음이 제대로 올곧게 전해지는 성격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박애주의가 모든 사람이 서로 평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개념이라면 타치바나 히로는 약간 달랐다. 딱히 사랑을 퍼주는 성격도 아니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이 되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더더욱 아니었으리라. 그렇다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을 조각내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를- 이라는, 다소 삐뚤어진 박애. 저 멀리의 어딘가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서 슬퍼하지는 않는다. 허나 제 앞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은 두고보지 못하는. 그러한 애매한 비틀림이었다. 뭐라고 지칭하기도 어려웠지만 뉴스에서나, 또는 어딘가에서 그를 접한 사람은 다들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였다. 바보같이 착하고 상냥한 사람.

 

性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건

아직 당신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어

 

당신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은 기대해 볼게

 

|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비틀린 박애, 사랑, 희생. 전부 그와 어울리는 단어. 다른 이를 위해서라면 제 삶이 망가지는 것쯤은 괜찮다는 사고방식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망가지는 것뿐이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을 것이었는데. 그가 만약 처음부터 혼자서 살아오지 않았었더라면,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과 수많은 주변인들과 함께 살아왔더라면 타치바나 히로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행운아로 태어난 것을 만족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고 있을련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중한 것 하나 없이 지금까지 버텨온 그는 지켜야 할 것도, 지키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재능이 왜 그 많은 것들 중에서도 히어로가 아니라 행운이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류의 행운아는 사실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처음에의 이어 지금까지도. 행운과 행복은 한 끝 차이라지만 그는 그 한 끝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였기에. 만일 남을 위하는 것이 그의 행복이 된다면, 차라리 그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 그가 행운을 행복으로 바꾸는 법이었으리라고. 

 

그는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그에게 있어서 아픈 건 싫고 무섭다. 다치는 것도 두려우며 고통을 이겨내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죽는 것은 그렇지 않았다. 소득 없었던 그의 황량한 삶을 끝낸다는 것은, 그것이 남들에 비해 조금 빠르거나 갑작스럽다고 해도 실은 단순히 마지막의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얻은 것이 없었기에 그로 인해 잃을 것 또한 없었으니까. 그러나 단 한 가지, 그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미련이 있다면 죽더라도 행복하게 죽고 싶다는 점. 그는 행운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 대신에 행복을 원했다. 결과적으로 얻은 건 반대였으나, 그는 여전히 행복함을 사랑한다. 그게 저에 관한 것이든 남에 관한 것이든 간에. 저 자신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몰랐고, 그렇게 얻지 못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에 있어서 이제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행운으로 시작해서 행운으로 삶을 살아왔으니, 마지막은 그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한 소년의 미지근하고 담백한 바람이었다.

 

Bucket List

Ⅰ. 남을 위해 울어보고 싶어. 그러고서 이 미련 없는 목숨을 다른 이를 위해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Ⅱ. 아직은 그런 건 없지만, ...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종일 함께 있어보고 싶어. 더도 덜도 말고, 딱 하루만.

Ⅲ.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 애정을 주지 않아도 괜찮아. 가족이라는 게 뭔지 알고 싶어.

Ⅳ. 정말 멀리, 어딘가로 여행을 가보고 싶어. 나 혼자서도 좋아. 그냥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어딘가로.

 

所持品

  •  약간 무딘 칼.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용도이다.

  • 하얀 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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