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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클레어X앨리셔 / w. 다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클레어 스미스는 성경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천년 전쯤의 12월 25일에 예수라는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 말이다. 모두를 구원하기 위해 온 구세주가 너무도 빛나는 존재라, 마굿간 한 구석에서도 빛이 났다고 한다. 그 구세주를 찬미하고 경배하기 위해, 그리고 그의 죽음을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의 탄생일을 기념일로 삼았다는 이야기.

앨리셔 캘런은 12월 25일에 태어났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건강한 여자아이로 기록되었고, 실제로 그랬다. 빛나는 아이의 탄생에 모두가 기뻐했다. 예쁘고 흠잡을 곳 없는 여자아이인 앨리셔를 생각할 때마다 클레어 스미스는 가슴이 뛰는 걸 느끼곤 했다.

그녀의 이면을 자신만이 안다는 그런... 음침한 생각은 단언컨대 아니었다. 어떤 감정인지는 감히 정의내릴 수 없었지만 그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앨리셔는 착한 이면만 갖고 있기에는 너무 불행했지만 동시에 클레어가 아는 사람을 통틀어 가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선한 사람, 이었기에. 클레어는 자신이 모르는 어두운 이면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명왕의 왕녀. 우등생. 회사의 빛나는 존재. 앨리셔 캘런을 빛나게 해줄만한 타이틀은 많았다. 그렇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만한 앨리셔에겐 다들 기대하는 것이 많았다. 우등생으로서, 명왕의 양녀로서. 그리고 구세주로서. 그 무거운 짐들이 고작 17살 남짓한 여자아이에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는 막상 그런 짐들을 하나도 지고 있지 않다는 듯 웃고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가엾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런 앨리셔의 생일인 성탄절이 되면 문득 가슴이 욱신거리며 아려오곤 했다. 어떤 기분으로 1년을 살아왔는지, 어떤 기분으로 홀로 생일을 맞고 있는지. 모두가 축복을 나누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날 무슨 기분으로 혼자 있었는지.

앨리셔는 클레어에게 모든 것을 얘기해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온기를 나누어주는 것 하나만은 그녀의 진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못다할 복잡하고 흐르는 눈물같은 이야기들을 침묵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앨리셔. 내가 너의 구원이면 좋을텐데. 넌 내게 그런 사람이라, 내가 무모함에 시도하게끔 만드는 사람이니까. 네가 가지고 있는, 널 짓누르는 것들을 버리고 날 선택한다면 좋을텐데. 하지만 그건 너무 먼 바람이겠지?

​앨리셔. 나의 구세주 앨리셔. 신이 태어난 날 태어나 신이 짊어진 죄만큼이나 많은 걸 짊어지고 기구하게 살아가는 앨리셔. 내가 바라는 건.... 그냥. 그냥, 너와 이룩할 즐거움뿐이야. 나와 함께 행복해지자. 하고, 작은 소녀가. 클레어 스미스가 자신같이 작은 앨리셔 캘런을 위해 다짐한 그런 성탄절의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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