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마틴X티엔 / w. 다인
크리스마스 아침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 치우기 힘들겠군요. 하고 하품을 하며 눈 내리는 바깥을 보는데, 순간 흠칫했다.
그 새하얀 눈밭 속에서 티엔이 누워있었다. 꿈을 꾸는건가 생각했는데 꿈이, 아니었다. 티엔이 얇은 코트 하나만을 걸친 채로 눈 속에 파묻혀 누워있었다. 마틴은 잠이 덜 깨어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그가 흡사 눈 속에 파묻혀서 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리라.
놀라 옷을 껴입고 문을 열자, 뼛속까지 몰아치는 한기와 눈서리가 마틴을 덮쳤다. 왜였는지, 왜 자신은 하필 지금 일어나 티엔을 본 것인지. 답지 않게 항상 분위기를 잡는 주제에, 오늘따라 그렇게 티엔은 위태로워 보였는지.
마틴은 급하게 한기를 뚫고 걸어가, 우산을 기울인다. 감기 걸리겠어요.
그 말을 들었을텐데도 티엔은 한참 눈가를 덮은 팔을 풀지 않고 있었다. 마틴 역시 그것을 억지로 저지할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가만히, 그렇게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문득, 눈가를 팔로 덮은 이 남자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틴은 궁금해졌다.
이 남자에게도 이렇게 추위로 날려버리고 싶은 과거가 있는 것일까? 이 나라에서는 드문 검은 머리칼을 가진 그는 눈에 파묻혀도 눈에 띌 터였다. 그렇게 손으로 하늘을 가리듯, 가려보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슬픈 과거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슬퍼졌다. 평소에는 필요 이상으로 꺼려졌던 남자가 문득 가엾게 느껴졌다. 이 사람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안타깝게 느껴졌다.
드디어 팔을 내려 보여준 눈가는 팔로 가린 의미가 없이, 얼어있었다. 울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눈이 얼은 것일지도 모른다. 마틴은 주저앉아 티엔의 얼어붙은 손을 잡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아이들이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날이잖아요. 모두가 구원받을 수 이는 희망이 생긴 날이잖아요. 좀 더 기쁜 얼굴로 있어요.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이 나라에 와서 타국의 언어로 적힌 사전 속의 크리스마스를 접한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 탁 하고 가슴이 내려앉으며 먹먹히지며 콧등이 시큰거리는 것이었다. 그 무슨 말을 했어야 좋았을까.
그는 맞이할 수 없었던 축복과 행복, 자신이 선물을 뜯을 시간에 혼자서 잠을 청해야 했을 날들. 그 날들을 생각하자 문득 그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외로운 남자에게 사전 안의 크리스마스가 아닌 진짜 크리스마스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벽난로 옆에서 선물을 뜯던 순간의 기쁨과 성당에 나가 졸면서 듣던 찬송가를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어온 수십년의 크리스마스를 이 남자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틴의 손을 잡고 티엔이 일어선다. 그리고 마틴은 직감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